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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들어간 5살 남자아이는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집 밖에서 세상을 맞아야 하는 긴장감 가득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춘천시 동부시장에 위치한 동부유치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고, 수업 대신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유치원 교실에서 그 아이는 흥미로운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교실 바깥에 있는 낡은 푸른색 칠판 옆에 놓여진 큰 상자였습니다. 그 상자는 자기보다도 크고 넓은데, 외관이 반짝이는 거울처럼 보였습니다. 신기한 외관보다 더 신기한 것은 상자 안에 있는 지렛대를 누를 때 나오는 다양한 소리였습니다. 소리의 높낮이에 맞춰 어린 학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는 흥미로운 상자에 끌려 쉬는 시간마다 상자 주위를 돌며 즐거워했습니다. 이 남자 아이는 나였고, 그 순간부터 피아노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70년대 중반, 특히 시골 춘천에서는 남자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살펴보며 건반을 누르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남자 아이는 피아노를 향해 가서 앞뒤로 자세히 관찰하고, 뚜껑을 열어 건반을 눌러보며 즐거워했습니다. 그 때 남자 아이는 피아노와 함께한 노래반주를 해준 분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지금은 피아노를 배우는 남학생들이 더 많지만, 70년대 중반의 춘천에서는 이런 풍부한 환경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호기심과 열정은 그에게 피아노를 알리고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의 노래반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분위기였고, 그 아이와 함께한 순간은 저에게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강원닷컴 고재신 시민기자

기사 작성일23-07-26 09:31